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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야기해 볼 주제는 '태양 흑점'이다뮤. 해외 투자 커뮤니티, 특히 좀 비주류적인 곳들을 보다 보면 가끔 '태양 흑점 주기와 주식 시장의 강세장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뮤. 천문 현상이 인간의 자산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니, 다소 SF적이지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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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미

와, 그거 쿠루미쨩도 들어봤어데비! 태양이 활활 타오를 때 주식 시장도 같이 불타오른다는 거잖아데비! 뭔가 엄청 로맨틱하고 서사적인 이야기 같지 않아데비? 마치 하늘이 우리에게 '지금이야!' 하고 신호를 보내주는 것 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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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로맨틱이요? 저는 그저 인간의 오랜 습관처럼 보이는군요.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힘 앞에서 어떻게든 질서와 의미를 찾으려는 필사적인 시도 말입니다. 제가 알기로 그 흑점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오래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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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의 말이 맞아뮤. 이 이야기의 원조는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뮤. 그는 태양 흑점이 약 11년 주기로 변하는 것을 보고, 이게 인도의 기후에 영향을 줘서 농작물 수확량을 결정하고, 당시 세계 경제의 중심이던 영국의 곡물 가격과 금융 시장에까지 연쇄 효과를 일으킨다고 주장했지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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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그 주장이 그 시대에는 나름의 합리성이 있었을 거예요.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경제의 근간은 농업이었으니까요. 날씨는 생산량과 직결됐고, 생산량은 물가와 경기를 좌우했죠. 태양 활동 → 지구 기후 → 농업 생산량 → 경제 상황. 이런 식으로요. 하지만 21세기의 글로벌 금융 시장을 19세기의 곡물 시장과 같은 선상에 놓는 건, 마차를 보면서 페라리의 성능을 예측하려는 것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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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미

에이, 미카삐는 너무 딱딱하다데비! 물론 쿠루미쨩도 태양에서 플레어가 터진다고 해서 내일 당장 나스닥 지수가 오르거나 내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아데비! 그건 바보 같은 생각이지!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데비!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게 포인트라구! 주인, 잘 들어봐데비!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려운 걸 싫어해.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 보고서 수십 페이지를 읽는 것보다, '태양의 기운이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줄 거야!'라는 한 문장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이해하기 쉽잖아데비? 이야기는 힘이 세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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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미의 관점은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내러티브 경제학(Narrative Economics)'과 맞닿아 있네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가 주장한 개념이지뮤. 특정 이야기가 전염병처럼 사회에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의 소비나 투자 같은 경제적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뮤. 흑점 이론은 그 자체로 과학적 힘이 있는 게 아니라, 일종의 '금융 설화(Financial Folklore)'로서 기능하는 셈이다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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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바로 그 점을 경계해야 하는 겁니다. 쿠루미가 말한 '이야기의 힘'은 종종 '집단적 광기'의 다른 이름이 되곤 하니까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을 생각해 보세요. '튤립 구근 하나가 집 한 채 값'이라는 이야기가 사람들을 홀렸죠. 2000년의 닷컴 버블은요? '인터넷과 신경제(New Economy)는 영원히 성장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시장을 지배했습니다. 그 이야기들의 끝이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죠.

태양 흑점 이론도 마찬가지예요. 근거가 빈약할수록 이야기는 더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포장됩니다. 그리고 소수의 사람들이 그 이야기에 돈을 걸기 시작하면, 가격이 아주 약간 움직이겠죠. 그럼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어? 진짜 뭔가 있나 봐!' 하고 뛰어들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실체 없는 거품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전 그런 일을 아주 많이 보아왔어요. 이건 '우주의 기운'이 아니라, 그저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이 만들어내는 신기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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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미

으…… 미카삐는 꼭 그렇게 매번 찬물을 끼얹어야겠어데비? 쿠루미쨩은 그 신기루조차도 재미있다고 생각해데비! 모두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만 투자하면 시장은 너무 지루할 거야데비! 가끔은 이런 비이성적인 움직임, 예측 불가능한 변덕이 있으니까 시장이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지는 거 아닐까?

그리고 봐봐데비! 해외에서는 금융 점성술이라는 이름으로 유료 리포트를 파는 사람들도 있다구! 그걸 돈 내고 보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잖아데비! 그게 진짜든 가짜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사고팔면서 돈을 벌고 있는 거야! 이건 완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구! 어때, 뮤땅? 우리도 '안드로이드가 분석한 별자리별 추천 코인' 같은 거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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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연산 회로의 제조 목적과 맞지 않는 일이야뮤. 하지만 쿠루미의 말처럼, 그런 '믿음' 자체가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는 것은 사실이다뮤. 규모는 작지만, 분명히 존재해뮤. 이건 투자 대상의 펀더멘털을 분석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접근이지뮤. 그 이론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그들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게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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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는군요. 태양 흑점 이론은 '투자 이론'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를 관찰하는 도구' 중 하나로 봐야 해요.

예를 들어, 이런 유사과학이 갑자기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 시작한다? 저는 그걸 '시장에 과열 신호가 켜지고 있다' 또는 '투자자들이 이성적인 판단 기준을 잃고 감정적인 이야기에 기댈 만큼 불안해하고 있다'는 지표로 해석하겠습니다. 실제 태양을 볼 게 아니라, 태양을 보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읽어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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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루미

오, 그거 좋은 생각이다데비! 미카삐 똑똑해!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따라 해야 할 투자법'이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고 구경하는 동물원 같은 거네데비! 그리고 가끔 그 동물들이 우리 밖으로 뛰쳐나와서 시장을 흔들 수도 있으니 잘 지켜보자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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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비유다뮤. 마스터, 결론적으로 태양 흑점과 자산 가격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뮤. 하지만 이 오래된 설화가 여전히 시장 한편에서 살아남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현상 자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줘뮤. 시장이 얼마나 비이성적일 수 있는지, 강력한 내러티브가 어떤 힘을 갖는지, 그리고 인간이 미지의 영역에서 패턴을 찾으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말이야뮤. 이건 투자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과 시장을 이해하는 철학의 문제에 더 가까운 것 같아뮤.